12월 6일, 유튜브는 2019년을 뜨겁게 달군 영상들을 총정리한 '2019 유튜브 리와인드'를 공개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신규 채널 상위 열 개 중 한국 채널은 세 개입니다. <워크맨>은 무려 2위를 기록했습니다.* '2018 유튜브 리와인드'에는 <와썹맨>이 같은 부문에서 국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름부터 인기까지 닮은 두 채널의 뿌리는 '스튜디오 룰루랄라'입니다. JTBC가 디지털 시장에서의 역량 강화를 위해 론칭한 디지털 스튜디오죠.
* 나머지 두 개는 <백종원의 요리비책>(3위)과 <하루한끼>(7위)입니다.
지난 수요일,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콘텐츠 마케팅을 총괄하는 박정재 팀장의 강연을 들었습니다. 강연 제목은 <밀레니얼이 반응하는 콘텐츠 전략>이었습니다. 사옥 6층은 영상마다 100만 조회 수는 기본인 킬러 콘텐츠의 인기 비결을 듣기 위해 모인 임직원들로 북적였습니다.
<와썹맨>, 새롭고 과감한 도전의 결과물
"<와썹맨>의 시작은 2017년에 방영한 TV 예능 프로그램 <사서고생>이었어요. 출연자 중 한 명이었던 박준형 씨와 프로그램 홍보 영상을 제작해보기로 했어요. 그게 <왓써맨>이었죠."
공통의 세계관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구현되는 것을 '트랜드미디어'라고 합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의 이용자 확보와 서사 구축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대표적인 예가 마블 유니버스입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등의 캐릭터는 단독 영화에도, 합동 영화인 <어벤져스>에도, 심지어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은 TV 시리즈에도 등장합니다.
* 참고 기사: 트랜스미디어 시대 미디어산업의 향방 (아주경제, 2019.08.07)
<와썹맨> 역시 TV 예능 <사서고생>, 유튜브 시리즈 <왓써맨>을 거치며 연출과 캐릭터를 완성시킨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입니다. "핫플레이스라면 어디든 찾아가는, 간단한 컨셉의 10분 영상은 시작부터 반응이 괜찮았어요. 그런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된 건 과감한 도전이 있었기 때문이죠."*
* 참고 기사: '와썹맨'부터 '워크맨'까지…김학준 CP "예능판 어벤져스 만들어 낼 것" (스포츠서울, 2019.08.27)
박정재 팀장이 말하는 '과감한 도전'은 바로 <와썹맨> 단독 채널 개설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어렵게 쌓은 프로그램의 인지도와 시청자까지 잃을 수 있는 무모한 행동이라며 만류했습니다. 걱정과 달리 <와썹맨>은 채널 독립 3개월 만에 100만 구독자를 달성했습니다.
<워크맨>, 더 강력해진 캐릭터와 편집
지난 5월, 스튜디오 룰루랄라는 장성규 아나운서와 함께 또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채널 구독과 시청 여부를 물었을 때 거의 모든 참석자가 손을 든, <워크맨>입니다. "<워크맨>의 성장 속도는 놀라웠습니다. 채널 독립 40일 만에 100만 구독자를 넘었어요. 자고 일어나면 조회 수가 300만이 늘어있기도 했고요."
<워크맨>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댓글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출연자 장성규의 과감하고 재치 있는 입담과 행동,
그리고 한순간의 지루함도 허락하지 않는 속도감 있는 편집에 대한 감탄이 주를 이룹니다.
친숙한 소재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이나 의견을 이야기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소통의 장'을 형성한 것이 <워크맨>의 또 다른 인기 요인이기도 합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지속성을 위한 노력
"저희가 안정적으로 수익 창출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1인 크리에이터라면 그렇겠죠. 그런데 저희는 제작 인원도 많고, 초기 비용도 많이 들었어요. PPL이나 브랜디드 콘텐츠 제작 등 수익 모델 구축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PPL과 달리 '브랜디드 콘텐츠'는 주로 디지털 플랫폼에서 제작됩니다.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브랜디드 콘텐츠로는 종합 숙박 앱 '여기어때'와 함께한 <숙방 LIVE>, 카메라 앱 '스노우'와 제작한 웹드라마 <두텁이의 학교 생활> 등이 있습니다.
한편, <와썹맨>은 오션월드, 블랙야크, 소나타 등 여러 브랜드와 컬래버레이션 한 에피소드를 업로드했습니다. <워크맨> 역시 수많은 기업과 브랜드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으며, 파급력이 엄청난 콘텐츠인 만큼 협업 시 높은 금액의 후원을 받습니다. "PPL이라도 재밌게 만들면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아요.* 프로그램의 톤 앤 매너를 지키며 자연스럽게 브랜드 메시지를 녹여내려 합니다."
* 참고 기사: 2030 세대 "대놓고 광고도 재미있으면 OK" (ZDNetKorea, 2019.03.29)
강의를 마무리하며 박정재 팀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사실 <와썹맨>과 <워크맨> 모두 컨셉은 정말 간단해요. SNS에서 화제인 장소를 방문하고, 다양한 직업을 체험하는 게 전부죠. 저희는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이 평범한 소재를 이리저리 가공하는 거예요."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모토는 '익숙하지만 새로운 즐거움'입니다. 모토에 어울리는 행보를 이어가며 4명으로 시작한 조직은 이제 50명이 되었다고 합니다. 기성 매체가 디지털 환경에서 성공적인 돌파구를 찾은 이 사례는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브랜드의 마케팅을 고민할 때 좋은 인사이트가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