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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능성에 투자하는 콘텐츠 회사, 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 강연 후기

DATE
2020-01-20

지난 15일, 국내 웹드라마의 선구자이자 대표 제작업체인 '와이낫미디어' 이민석 대표의 강연이 있었습니다. 이민석 대표는 '숏폼 브랜디드 시리즈의 제작과 사업'이라는 주제로 약 두 시간 동안 자신과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원래 음식 전문 PD였어요."
이민석 대표는 방송국에서 오래 일했습니다. <인간극장>을 연출했고, <한국인의 밥상>을 기획 후 론칭했습니다. 방송국에서 외부 제작사로 옮긴 뒤 기획한 프로그램은 올리브 채널의 <테이스티로드>였습니다. 


"중간중간 해외 탐방을 가기도 했습니다. 2011년에는 미국에 갔는데, 유튜브 직원을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당시 유튜브는 규모 작은 미디어 조직이었죠. 그들과 대화하며 처음으로 방송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11년이면 국민 예능 <무한도전>의 인기가 정점을 찍으며 방송 트렌드가 다큐멘터리에서 예능으로 넘어온 때입니다.

그는 유튜브의 자유로운 제작 환경에 완전히 매료되었습니다. 편성 시간도, 미디어 규제도 없는 곳에서 아이디어를 콘텐츠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 그를 놀라게 했습니다. 한국에 돌아온 이민석 대표는 그 때부터 5년 간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는 본격적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싸이월드와 제휴해 2분짜리 드라마 를 만들기도 하고, 페이스북에서 인터랙티브 퀴즈쇼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페이스북 콘텐츠는 '콬TV'라는 채널에서 2013~2014년에 진행한 거예요. 페이스북은 빠른 속도로 많은 사람들에게 콘텐츠를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어요. 잠재력이 크다고 판단해 구독자가 20만 명이던 이 채널을 샀어요."

이민석 대표는 2016년에 와이낫미디어를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콬TV를 운영했습니다. 동명의 유튜브 채널도 오픈했습니다. 

콬TV 유튜브 채널. 현재 구독자는 131만 명이다.


그는 직원 8명에게 500만원씩 지원하여 각자의 콘텐츠를 만들게 했습니다. 그런데 20만 명이었던 구독자가 12만 명까지 떨어졌습니다. 100만 뷰를 기록한 콘텐츠도 있었지만 소재의 호불호가 너무 강해 거부감을 느낀 구독자가 떠난 것입니다. 

채널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던 중, 22살이었던 팀 막내가 새로운 아이템을 가져왔습니다. 연출 경험이 전무한 막내 직원에게 이민석 대표는 800만원을 건넸습니다. 
"연출은 전문가에게 맡기자고 했더니, 싫다며 자기가 직접 하겠대요. 그게 엄청 모험이라는 걸 알면서도, 왠지 시원하더라고요. 그냥 알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20편을 만들어왔어요, 800만원으로."

이 콘텐츠가 바로 와이낫미디어의 대표작 <전지적 짝사랑 시점>입니다. 순식간에 100만 뷰를 기록하며 콬TV의 구독자는 3개월 만에 85만 명이 되었습니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은 3개 시즌에 특별편까지 제작되며 국내 웹드라마 최초로 1억 뷰를 넘겼습니다.

남사친, 여사친, 그리고 둘만의 눈치게임 [전지적 짝사랑 시점 1] 


"저희 회사는 정말 밑바닥부터 시작했어요. 비용도 제작 요소를 차근차근 배워가며 늘렸고, 모든 사람이 자기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도를 하며 성장했죠. 우리는 '경험이 중심이 되는 경제'를 경험해왔어요."*
* 참고 기사: ‘오피스워치’부터 ‘7일만 로맨스’까지…와이낫미디어, 글로벌 성장세 눈길 (엑스포츠뉴스, 2019.12.09)

와이낫미디어 콘텐츠의 대부분은 1020이 타겟입니다.* 이들은 호불호가 강하고, 좋아하는 것에는 표현을 아끼지 않습니다. 이민석 대표가 '시청자의 피드백이 없는 콘텐츠는 무난한 게 아니라 나쁜 것이다'라고 말하는 이유입니다.
* 참고 기사: “쉬는 시간에도 학원 갈 때도”…10대 사로잡은 웹드라마  (한겨레, 2019.06.09)

어떤 콘텐츠가 반응이 좋을지는 일단 만들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와이낫미디어의 직원들은 삼삼오오 팀을 꾸려 다양한 소재의 웹콘텐츠를 기획합니다. 이민석 대표는 '일단 한 번 해보라'고 합니다.
"성공도 실패도 기회를 주지 않으면 경험하지 못해요. 잘 될 것 같았는데 그렇지 않은 콘텐츠가 있는가하면, 기대도 안 했는데 '빵 터지는' 시리즈가 있어요. 최근엔 <7일만 로맨스>라는 작품이 그랬죠."

처음 본 남자랑 일주일만 연애를? [7일만 로맨스] 


요즘의 콘텐츠 트렌드에 대해 이민석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스토리의 핵심은 세계관과 캐릭터예요, 적어도 지금은요. 사람들은 콘텐츠의 완결성보다 끝나지 않는 이야기에 열광해요. <어벤져스>처럼요."

지난 12월의 강연자였던 스튜디오 룰루랄라의 박정재 팀장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공통의 세계관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구현되는 것을 '트랜스미디어'라고 합니다. 하나의 콘텐츠가 다른 콘텐츠의 이용자 확보와 서사 구축을 견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죠. 대표적인 예가 마블 유니버스입니다." (박정재 팀장 강연 리뷰글 발췌)


스튜디오 룰루랄라가 TV와 유튜브를 오가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왓썹맨>의 연출과 캐릭터를 완성했다면, 와이낫미디어는 한 콘텐츠를 여러 시즌으로 제작하며 충성도 높은 시청자층을 확보했습니다. <전지적 짝사랑 시점>,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오피스워치> 등은 시즌 3까지 제작되었습니다. 

웹드라마 뿐만 아니라 웹예능과 브랜디드 광고도 만듭니다.* 광고를 통한 수익은 총 매출의 30%를 차지합니다. 주 수입원은 국내와 해외로의 콘텐츠 유통입니다. 올해는 반대로 중국 웹드라마의 포맷을 가져와 새롭게 제작해볼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 와이낫미디어의 웹예능은 '킼TV'라는 별도의 채널에 업로드된다.

와이낫미디어의 평균 연령은 20대 후반입니다. 20대 초반인 직원도 많다고 합니다. 나이나 경력과 상관없이 입사한 다음 해에는 누구나 연출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성공에 대한 확신이 아닌, 잠재되어 있는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 이는 와이낫미디어의 성공 요인이자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라면 누구나 참고할만한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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